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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책 '폭풍의 언덕' 워더링 하이츠 읽고 / 후기 및 서평

by 진구_ 2021. 6. 26.

에밀리 브론테가 지은 폭풍의 언덕(워더링 하이츠)입니다.

 

책 제목 '폭풍의 언덕'이 오역이라는 말이 꽤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집 '워더링 하이츠'을 번역하여 '폭풍의 언덕'이라고 제목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 따로 번역하지 않고 고유명사 그대로 워더링 하이츠라고 쓰는 게 맞긴 합니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을 보면 '워더링 하이츠'라는 집 이름을 작가가 '폭풍의 언덕'이라는 의미로 작명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풍의 언덕'이라고 번역해도 무관하며 오히려 더욱 잘 어울린다는 평도 많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저는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워더링 하이츠'를 읽었습니다.

먼저 읽은 소감을 한 줄로 말하면

"재밌게 읽긴 했으나, 뒤로 갈수록 고역이었다."

입니다.

 

주된 이유는 하나같이 정상적이지 않은 등장인물의 성격 때문입니다.

뒤에 더욱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이런 요상한 성격들때문에 흥미롭기도 했었고 동시에 거부감을 주기도 했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입니다.

 

1. 이름이 중복되어 사람을 구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김철수의 아들인 김철민이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철수와 철민이라고 적어야 구분하기가 쉬운데, 김철수도 김씨, 김철민도 김씨라고 책에서 쓰입니다.

이렇게 적다 보니 한번 흐름을 놓치거나하면 등장인물이 헷갈리기 쉽습니다.

외국이라서 사정을 봐준다고 해도 문맥상 인물을 파악해야 되기 때문에, 처음 등장인물을 구분하는데 힘들 수 있습니다.

 

2. 등장인물 성격이 다 막장이다.

제가 느끼기에 이 엿같은 등장인물의 성격이 폭풍의 언덕의 전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막장 같은 성격 때문에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해집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살펴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포함)

 

1. 어릴 때 여자한테 한 번 까였다고 온 집안 풍비박산 내는 악마 같은 새끼 : 히스클리프

 

2. 유부녀임에도 어렸을 때 좋아한 남자를 평생 집착하고 불륜까지 하는 새끼 : 캐서린 언쇼

 

3. 지랄 같은 성격에 불륜까지 하는 여자를 받아주고 온 집안 풍비박산 나도 가만히 있는 새끼 : 에드거 린튼

 

4. 병신인 거 알면서도 가족까지 버리면서 병신이랑 결혼했지만, 갑자기 정신이 들어서 바로 야반도주한 새끼 : 이사벨라 린튼

 

5. 엄마 닮아서 한 놈 좋아하면 집안 풍비박산나도 직진 밟는 새끼 : 캐서린 린튼

 

6. 뭘 믿고 깝치는지 힘도 없으면서 이기주의에, 공감 능력도 없어 보이는 사이코패스 같은 새끼 : 린튼 히스클리프

 

주된 인물들을 대략 적어보았습니다.

웃기려고 좀 과장되게 적었지만 이 인물들을 가지고 재미없게 만들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도 책 중반까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중후반부터는 보면서 읽는데 고역이었습니다.

등장인물의 답답한 성격때문에 속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흡입력있고 제 속을 터지게 만들었다는 자체가 책을 잘 썼다는 방증이긴 합니다.

 

폭풍의 언덕은 영문학 3대 비극으로도 꼽히며, 서머싯 몸이 극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런 막장같은 인물들의 관계를 잘 그려내서 호평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때문에 책이 꽤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합니다.

저런 복잡한 인간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잘 풀어냈다는 점이 강점이니, 이런 점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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